제57회 ALAI Korea 월례연구회(2025년 11월 26일)

[주제1] "음악저작물 이용에 관한 미국 판례의 검토와 분석 및 시사점"(발제자 : 차상육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주제2] “공정이용 최근 사례”(발제자 : 정현순 대법원 재판연구관)

25.11.27  조회수:85



[주제1] "음악저작물 이용에 관한 미국 판례의 검토와 분석 및 시사점"

발제자 : 차상육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샘플링, 커버 등 새로운 음악 이용 형태에 기존 저작권법이 적절히 대응하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디지털 음원의 재구성·추출·가공이 쉬워지면서 음악저작권 침해 여부가 매우 중요한 법적 이슈로 급부상했다. 한국의 경우 실질적 유사성 판단 시 창작성 있는 표현인 가락(멜로디)을 핵심으로 하되 리듬, 화성 등을 종합하여 청취자의 느낌과 관념을 기준으로 삼는다. 반면 미국은 보호되는 요소만을 대상으로 하는 여과(filter) 과정을 거치며, 문외한인 청중뿐만 아니라 해당 음악의 실제 수요 대상인 ‘intended audience’의 관점을 중요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국 저작권법상 음악저작물(Musical works)은 멜로디, 하모니, 리듬이 결합되어 창작성(originality)을 가지면 보호된다. 멜로디는 창작성 인정이 쉬우나 리듬은 인정이 가장 어려운 요소이며, 편곡(arrangement)도 창작성이 있으면 보호된다. 미국법의 특징은 악곡’(음악저작물)녹음물’(Sound recordings)을 각각 독립적인 저작물로 보호한다는 점이다. 대륙법계처럼 녹음물을 저작인접권 개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저작권 그 자체로 보호한다. 다만 1972년 이전 녹음물은 주법(common law)으로 보호되며, 배타적인 권리는 디지털 오디오 송신에 한정되는 한계가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에서는 악곡과 녹음물이 별도로 보호되므로, 샘플링은 이 양쪽 모두를 침해할 위험이 상존한다.

미국 판례는 구체적인 쟁점별로 중요한 기준을 확립해왔다. 첫째, Dawson v. Hinshaw (1990) 사건에서는 실질적 유사성 판단 기준의 다양화를 보여준다. 항소심 법원은 찬송가와 같은 장르의 수요자는 특수한 전문 청중이므로, 1심 판결의 기준이 되었던 일반 청중이 아닌 ‘Intended Audience’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둘째, Batiste v. Najm (2014) 사건에서는 여과(Filter) 테스트를 통해 보호 범위를 축소했다. 비트, 기본 코드, 짧은 가사 구절 등 관습적 요소는 보호되지 않으므로 여과해야 하며, 본질적 표현인 멜로디와 후크 등 보호 요소만 추출하여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Campbell v. Acuff-Rose (1994) 사건은 공정 이용(Fair Use)에서 변형적 이용(Transformative Use)’ 개념을 확립한 중대한 판례다. 상업적 목적의 패러디 랩 음악이라도 풍자적 목적과 변형성이 인정되면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넷째, Newton v. Diamond (2003) 사건은 샘플링에서 극소성(De Minimis)’ 원칙을 확립했다. 6초짜리 3음을 샘플링한 것은 양적, 질적으로 미미하므로 악곡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소량 샘플링은 악곡 침해가 아니라는 기준을 제시하여 샘플링 관련 산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 판례가 제시하는 핵심 기준은 Intended Audience, Filtering, De Minimis, Transformative Use까지 네 가지다. 한국은 가락 중심의 전체적 관념과 느낌을 기준으로 삼는 반면, 미국은 보호되는 요소만 분리·여과하고 전문 청취층 기준도 함께 고려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우리 저작권법 해석에 있어 미국처럼 짧은 구절, 비트, 코드 진행 등은 보호 가치를 낮게 보고 여과하는 원칙과, 공정 이용에 대한 적극적 해석이 필요하다. 또한 샘플링 라이선스 구조 및 제도적 정비 필요성도 있는데, 이런 논의가 한국의 음악 산업과 창작 생태계에 보다 건강하고 창의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주제2] “공정이용 최근 사례

발제자 : 정현순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법원 2024. 7. 11. 선고 2021272001 판결은 원고(저작권신탁관리업자)와 피고(한국교육과정평가원) 사이의 분쟁으로, 피고가 고입선발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이 종료된 후에 피고 홈페이지 등에 저작물을 이용한 평가문제를 게시하여 누구든지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상태에 둔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인 사안이다. 저작물의 이용 행위가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때에는 '이용의 목적 및 성격',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특히 이용의 목적 및 성격에서는 그 이용이 원저작물을 단순히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 등을 나타내도록 변형한 것인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대법원은 피고의 이 사건 게시행위는 수험생 및 교육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기출문제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어 공익적 비영리적 이용의 측면이 있지만 이 사건 저작물을 이 사건 평가문제에 포함한 채로 그대로 전송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게시행위에 따라 이 사건 저작물이 새로운 표현, 의미, 메시지 등으로 변형되는 정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또한 원고가 신탁관리하는 저작물을 학습자료로 이용하려는 자가 원고로부터 이용허락을 받고 사용료를 지급하는 시장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는데, 피고의 행위는 원고로부터 이용허락을 받지 아니한 채 전송한 것이므로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해당 시장의 수요가 대체되거나 시장가치가 훼손될 우려가 상당하고, 피고는 공익상 필요한 경우 승인된 사용료를 지급하고 공중의 이용에 제공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므로, 이러한 피고의 이용 방법이 정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공정이용 판결 이후 하급심 사례를 분석해 보면 공정이용에 관한 실질적인 판단을 한 사례 중 공정이용 판결 법리를 인용한 사건과 그렇지 않은 사건이 나뉜다. 법리를 인용하지 않은 사건 인 서울서부지법 2024. 8. 19. 2024카합50228 결정은 시사보도 및 비평을 목적으로 하는 영상에서 원본 영상물을 이용한 사안에서 공정이용을 인정했다. 이는 원본 영상물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취할 목적으로 제작되어 기존 영상물과는 다른 새로운 목적과 가치를 가지며, 서로 경쟁관계에 있지 않아 원본 영상물의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수원지법 2024. 11. 13. 선고 2023가합13377 판결은 연구개발사업 최종보고서에 원고 저작물을 이용한 사안에서 비영리적 성격이라고 보기 어렵고 인용 출처를 명시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공정이용을 불인정했다. 법리를 인용한 사건을 보면, 특허법원 2025. 1. 23. 선고 202410249 판결은 피고(도서대여업자)가 원고 도서(전집)의 표지 및 속지 일부를 무단 이용하여 웹사이트에 게시한 사안에서 공정이용을 인정했다. 피고가 특별한 변형 없이 이용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고, 원고 도서에 대한 소개 및 홍보로 작용하여 판매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서울고법 2025. 9. 4. 선고 20232047788 판결의 경우 자동차회사의 홍보영상을 비평 목적의 영상 제작에 이용한 사안으로, 피고 영상은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공익적 성격도 있고 내레이션과 자막이 주된 내용이라는 점 등에서 공정이용을 인정했다.

이러한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향후에는 변형적 이용과 그 정도, 영리성을 중심으로 한 이용의 목적 및 성격 및 저작물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공정이용 여부가 체계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커짐을 시사한다. 이는 종래 영리성에 과도한 무게중심이 쏠렸던 경향에서 벗어나 공정이용 성립 가능성을 넓히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