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창작과정과 뮤지컬 공연에서의 저작권 문제[발제자: 김기연(성신여자대학교 작곡과 겸임교수/포킥스 엔터테인먼트 제작PD)

제22회  ALAI Korea 월례연구회(2022년 4월 21일)

22.04.30  조회수:922

뮤지컬의 창작과정과 뮤지컬 공연에서의 저작권 문제

(The process of making a new musical and copyright issues in musical theatre performances)

우리나라에서 공연되어지는 뮤지컬은 공연제작시스템을 기준으로 라이센스 뮤지컬, 오리지널 투어 뮤지컬, 창작뮤지컬로 분류할 수 있다. 라이센스 뮤지컬이란 해외뮤지컬의 라이센스를 받아서 국내 배우와 스태프들이 제작하는 공연을 말한다. 오리지널 투어 뮤지컬은 해외팀(배우, 스태프)이 직접 국내에 들어와 공연하는 것으로 원어로 공연되기 때문에 관객에게는 자막이 제공된다. 창작뮤지컬은 대본과 음악부터 국내 창작진이 창작하여 국내 스태프가 제작하는 공연을 말한다.

2000년대 초 수입 라이센스 뮤지컬의 시대로 본격적인 산업화에 들어선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20년동안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라이센스뮤지컬 시대가 연출, 음악감독, 무대, 의상, 음향 등 국내 뮤지컬 전문스태프들의 양성과 전문뮤지컬 배우들의 기량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면, 뮤지컬공연에서 가장 중요한 대본과 음악을 창작하는 작가, 작곡가, 작사가를 육성하는 데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2010년부터 쇼케이스, 제작발표회, 트라이아웃등과 같은 체계적 제작시스템과 페스티벌, 시상식 등의 제도권이 구축되기 시작하면서 창작자 육성을 위한 각종 정부지원사업과 관련학과가 개설되었고, 대표적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 아르코 뮤지컬아카데미, 딤프 뮤지컬아카데미 등을 통해 작가진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라이센스 뮤지컬이 주도하고 있지만 20년간 이러한 국내 창작 환경과 교육의 발달로 현재 매해 초연되어지고 있는 공연 중 국내순수 창작진의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뮤지컬의 창작은 작곡가와 작가의 협업에서부터 시작된다. 뮤지컬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브로드웨이 공연제작과정을 보면, 우선 극작가가 보내온 아이디어나 극본들 중 프로듀서가 선택하거나, 프로듀서가 직접 극작가에게 작품(기존의 책이나 영화로 알려진 작품)을 의뢰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선정한다. 작품이 선정되면, 프로듀서는 극작가와 작곡가, 작사가(상황에 따라서 작품을 선정하기 전에 작가진이 결정되기도 함),연출가를 섭외한다. 작품개발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브로드웨이에서는 이렇게 선정된 작품의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여러 번에 걸친 리딩이나 워크숍 등을 통해 오랜시간 작품을 발전시켜 나간다.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제작 방식은 비영리공연단체와 상업프로듀서의 협업이다. 작가와 작곡가가 비영리 공연단체의 지원으로 받아 대본과 음악 작업을 하고, 대본과 음악이 완성되면 연출이 합류한다. 연출은 리딩/워크샵을 진행하는 동안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며 대본의 수정에 함께한다. 워크샵을 통해 작품에 관심있는 상업프로듀서를 만나게 되면 또 여러번의 워크샵과 트라이아웃공연을 거쳐 브로드웨이에 작품이 올라가게 된다. 트라이아웃 공연이란(Tryout) 장기 공연에 오르기 전 일정기간 동안 평단과 관객의 반응을 살피며 작품을 다듬어가는 작품 개발 단계로, 워크샵공연까지는 배우들이 피아노한대의 반주에 맞춰 리딩공연의 형태로 공연했다면, 트라이아웃공연은 대본과 음악은 물론 세트, 의상, 조명 등 디자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공연에 필요한 대부분의 요소들이 완성된 상태에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이는 작품 개발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는데, 막이 오르기 전 프로듀서들이 작품의 완성도와 상업성을 마지막으로 테스트하는 무대이다. 이러한 트라이아웃공연 이후 본 공연에 앞서 미리 관객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관객들의 평가나 느낌을 토대로 작품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프리뷰(Preview)3주간 진행되고 드디어 공연의 Opening Night을 맞이한다. 이때 올려지는 버젼 그대로 저작권 보호를 받게 되는데, 이를 Original Production(한번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지 않은 신작)이라고 한다.

(*Revival Production – 기존의 작품을 새롭게 연출, 디자인해서 다시 무대에 올리는 작품. 음악과 대본은 오리지널 프로덕션과 똑같다.)

보통 작가와 작곡가의 대본,음악 수정작업이 1-3, 최종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빠르면 3-7, 혹은 10년까지 걸리기도 하는데 이렇게 올려진 브로드웨이 작품은 흥행성적이 기대 이하일 경우 개막 후 며칠 또는 몇달 안에 막을 내릴 수도 있다. 반면, 흥행 성적이 좋은 작품은 수년간, 경우에 따라서는 10년 넘게 공연을 이어가기도 하는데 브로드웨이에서 최장기간 공연을 하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1988-)1988년 브로드웨이 오픈 이후 지금까지도 같은 극장에서 공연되어지고 있고, 캣츠(1982-2000), 레미제라블 (1987-2003 리바이벌프로덕션2006, 2014), 미녀와 야수(1994-2007), 렌트(1996-2008 오프브로드웨이), 미스사이공 (1991-2001) 등도 10년이상 계속 공연되어진 작품들이다. 

국내의 창작과정도 작가와 작곡가의 협업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와 원작이나 아이디어를 갖고 제작사가 창작자들을 섭외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작가와 작곡가는 주로 창작지원프로그램을 통해 팀을 이루어 대본, 음악작업을 하고 각종 공모전이나 지원사업에 작품을 제출한다. 작품이 선정되면 전문가의 멘토링을 거쳐 쇼케이스 및 리딩공연으로 제작사와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이후 본공연(상업공연)이 올려지게 된다. 다만, 한 편의 창작뮤지컬을 개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년 미만이 가장 많아, 미국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엔드 등의 뮤지컬의 본고장에서 기획 개발에서 공연화되기까지 몇 해에 걸쳐 오랜 기간 제작되는 것에 비해 상당히 짧은 기간에 공연이 제작되고 있다. 또한, 공연기간도 오픈런인 브로드웨이와 달리 초연은 보통 길어야 3개월동안 공연되어지고, 흥행여부에 따라 초연이후 1년 혹은 2-3년 간격으로 재연 혹은 삼연 공연이 올라간다. 

미국 브로드웨이에 비해 우리나라 뮤지컬계에서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나 창작자들의 권리 보호에 관한 시스템이 아직 상대적으로 미비한 상태이다. 미국은 각각의 조합들이 구성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데, 이러한 예술가 조합들 중에서 가장 저작권 관련 계약에 민감한 직종은 무엇보다도 극작가 조합이다. 극작가, 작곡가, 작사가 및 극작가의 전문 협회인 Dramatists Guild of America는 브로드웨이, 투어링 회사, 아마추어 등 모든 수준의 프로덕션에 대한 표준계약(Model contract)을 제공하고 회원들에게 그들의 계약이 업계 표준과 어떻게 비교되는지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계약은 창작자가 공정한 보상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상당한 통제권을 유지하도록 작성되었다. 여기에는 선지급, 옵션 기간, 저작권 소유권, 로열티 조정, 제작 권한 및 부수적 권리를 포함한 모든 중요한 영역이 포함된다.

 *미국 극작가 조합(DGA) 승인 제작 계약(APC): 제작 전, 제작 중, 제작 후에 발생하는 일을 다룬다. 프로듀서가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면 APC에 참여하여 작가, 작곡가, 작사가로부터 연극을 제작할 수 있는 옵션을 얻게 되는데 이 옵션은 연극을 제작할 수 있는 독점적 권리와 제작 기간을 제공한다. 제목을 포함해서 작품에 대한 어떠한 변경도 극작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그 변경된 것 역시 작가의 소유가 된다. 이 협의에서는 작가, 작곡자, 작사가가 각기 그들의 기여분에 대해서 저작권을 소유하며, 작품의 각 요소에 대한 변경에 대해서 거부할 권한을 갖는다. 또한, 제작자는 작가를 교체하거나 해고하는 것에 관한 매우 제한된 권한을 갖는데, 특히 원작자로부터 작품을 채택한 경우에 제작자는 작가를 교체할 권한이 전혀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20여년간 창작자와 연출가 그리고 제작자간에 저작권에 관한 문제들이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창작자의 무지 혹은 강압에 의한 계약서 작성, 계약이후에 지켜지지 않는 창작자의 권리, 그리고 공연연습 중 발생하는 저작권침해 행위들 등이다. 보다 전문화되고 산업화 되어가는 뮤지컬계가 저작권에 대한 인식 및 효과적인 대응방안(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이제 필수적이라고 본다.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대본과 음악을 창작하는 작가와 작곡가들 또한 작품에 관련한 내부에서 발생하는 저작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앞으로 일어날 문제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