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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회 ALAI Korea 월례연구회(2024년 11월 20일)
[주제] “변화하는 출판시장, 저작권보호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발제자:정성희 한국저작권보호원 부장)

[주제1] “변화하는 출판시장, 저작권보호를 위한 새로운 접근” (발제자:정성희 한국저작권보호원 부장)

 

들어가며

저작권의 개념이 생기고, 기술에 따라 저작권법의 영역이 확장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콘텐츠 장르를 꼽자면 아마도 출판 장르일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저작권의 시작엔 출판이 있었다. 15세기 중반 구텐베르크의 활자인쇄술 발명에 힘입어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고, 출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출판업자들은 저자의 권리 보호라는 명분을 내세워 저작권의 개념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시대적 배경하에 세계 최초 저작권법이라 불리는 앤여왕법이 탄생하게 된다. 지식 창출의 근원이 되는 도서, 그리고 도서를 둘러싼 출판 산업은 인류가 지성을 기반으로 한 역사를 계속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출판 산업이 고사될 위기에 있다는 주장이 있다. 기술 발전을 등에 업은 온라인 기반의 산업 변화, 그리고 저작권을 침해하는 불법복제물의 범람 등이 바로 그 주장의 배경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접근은 예전의 수거·폐기, 삭제, 계도로 만족할 수 있을까? 이미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수거·폐기, 삭제, 계도에서 발전하여, 변화하는 출판 시장에서 저작권 보호 및 지속적 산업 유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채택하고 있다. 그것이 보상금(사적복제보상금, 공공대출보상금)의 형태가 되었든, 기술의 발전을 통해 출판 저작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e-BOOK을 도입하는 형태가 되었든, 어떤 방식으로든 어려움에 처해 있는 출판 시장을, 변화를 통해 다시금 회복시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출판 시장의 변화

비단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종이책 시장이 축소 하고 전자책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을 보자. ‘종이책은 소중하니 지켜달라는 당위적인 호소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서점은 다양한 시도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 중에 있으며, 그 일환으로 일본 정부는 멸종위기종이 되기 전에 (서점 지원을) 추진해 갈 것(사이토 다케시 경제산업상)” 이라며 지난 달 각의(내각)에서 결정한 올해 정부 운영방침(경제 재정운영과 개선의 기본 방침)에 문화, 활자, 문화의 진흥과 서점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반영했다. 태국 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디지털플랫폼이 발달하면서 2016년부터 태국 내 서점 수는 감소하고 있어, 주요 서점들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일부 매장을 폐쇄하거나 크기를 축소하고 있으며, 매장 내 문구류, 라이프스타일 제품, IT 기기 등 비도서 판매 코너를 늘리는 방식으로 판매 제품 다양화를 꾀하고 있다. 우리는 어떠한가? 한국출판인회의가 발표한 2023 한국 출판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3 전자책 시장 규모는 약 13천억 원까지 성장했으며, 전자책 매출은 2022년 대비 14% 증가한 11천억 원을 기록했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매 반기별로 발간하는 KPIPA 출판 산업 동향 보고서에서도 서점출판업 생산지수를 살펴보면 2020년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2015년 상반기에 한차례 급감(119.199.0)한 뒤 2017년 상반기에 가장 낮은 수치(84.9)를 기록했고, 이후 90.0 선에서 등락을 거듭해 왔는데, 2023년 상반기에는 서점출판업 생산지수가 90.6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p 상승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통계도 있지만,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3년 출판시장 통계 Ⅱ」에 따르면 전체 출판사의 평균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4.8%가 감소하였고, 이 중 학술·전문 분야는 전년 대비 총매출액이 10.0%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특히 평균 영업이익에서는 학술·전문 분야의 평균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7%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사료된다.

 

보상금을 통한 영업이익 보전 방안

보상금은 저작(인접)권의 양수나 이용허락의 대가는 아니지만 법에 의하여 권리자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권리자의 경제적 이익 확보 방법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보상금 제도는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파악이 가능한데, 첫째가 저작권 제한 사유에서 인정되는 보상금 제도이며, 두 번째가 저작인접권자를 위한 보상금 제도, 마지막으로 법정허락제도에서 인정되는 보상금 제도이다. 출판계에서 새롭게 다루어지고 있는 영역으로는 공공대출 보상권과 사적복제보상권이 있다.

최근 한국도 작가들과 출판계를 중심으로 공공대출보상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공공대출보상권은 공공대출권으로도 지칭되며, 도서관이 소장하는 도서 등을 공중에게 대출할 때 그 도서 등의 저작자와 출판사 등이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제도를 의미한다. 현재 공공대출보상권을 도입하고 있는 국가는 총 34개국이며, 추가로 20여 개 국가가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도서관이 소장 중인 저작물을 대중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대여하는 것은 독자들에게 저작물 구매 기회를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되고, 시장에서의 출판물 판매 감소를 초래하게 되어 저작자의 수입을 감소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에 해당하므로 이를 보전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출발하는 일종의 보상 제도이다. 그러나 공공대출권을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책을 구매하는 것 혹은 대출하는 것은 개인의 권리이므로 권리 행사의 결과로 인하여 저작자에 대해 국가가 보상할 합리적 이유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공공대출권을 시행할 경우 그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재정적 내지는 행정적 부담이 가중되므로 공공대출권을 도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고 한다.

공공대출보상권 이외에도 사적복제보상권도 논의되고 있다. 1965년 독일에서 시작된 사적복제보상금제도는 나라마다 다양한 형태로 수용되어 현재 40여 개 국가에서 운영 중에 있다. 사적복제 보상금 제도는 저작권법상 허용되고 있는 사적 복제에 대하여도 일정의 보상금이 저작자 등에게 지급되도록 하는 제도이다. 사적 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는 복사기기, 녹음·녹화기기, 공테이프 등을 제작하는 자에게 일정의 보상금을 징수한 다음, 저작자 등에게 이를 분배하는 것이 보상금 제도이다. 이 제도는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복제에 대하여 저작자 등에게 보상금이 지급되도록 함으로써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전보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 사적복제로부터 손실된 경제적 이익을 저작자 등에게 확보해 줌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더 나은 창작에 힘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으로, 저작물의 확대 창출과 저작자의 경제적 안정에도 도움을 주는 제도이다.


저작인접권 범위 확대 방안

일각에서는 출판권자를 음반제작자와 그 지위를 유사하게 보고, 출판권자에게도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미 다른 국가에서도 출판사업자의 수익 보호를 위해 1) 출판물의 저작인접권을 인정하거나(중국, 멕시코), 2) 언론출판물의 저작인접권을 인정(EU, 독일, 스페인, 오스트리아, 프랑스)하기도 하고, 3) 뉴스출판물의 저작인접권 도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나라(미국)도 있다. 특히 4) 뉴스 사용료 관련해서는 뉴스미디어와 디지털플랫폼 의무 교섭법을 제정한 국가(호주)도 있으며, 5) 일반절차법인 ISP Code of Conduct로 전반적으로 권리자가 요청하는 차단 명령을 하는 나라(덴마크)도 예를 들 수 있다. 심지어 어떤 콘텐츠라 하더라도 저작권자에게 보상 없이는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입장 원칙을 고수하는 국가(스웨덴)가 있는 반면, 구글북스 프로젝트 때 출판사의 저작인접권 논의까지 갔지만 결국엔 포기한 국가(일본)도 있다.


대학과 출판계의 협력 방안

연구기관, 회사 또는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저작권자에게 일일이 허락을 구해야 하지만, 이것은 큰 불편을 초래할 뿐 아니라 실제로 이런 노력을 하는 사례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많은 매체가 디지털로 전환된 현재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관련 문제는 해결의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저작자에게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동시에 회사에는 저작권 침해에 따른 책임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저작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하면서 저작권법 준수라는 회사의 컴플라이언스까지 달성하는 방법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독일의 VG WORT 역시 이와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Copyright Clearance Center (CCC)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 CCC의 자회사라 할 수 있는 RightsDirectVG WORT와 파트너십을 맺고, 회사, 관공서, 공공기관 등에 이른바 디지털 저작권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VG WORTCCC의 관리하에 있는 어문저작물을 디지털 형태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VG WORT 참여 권리자는 추가적인 수입을 얻는 구조의 협력 사업이 탄생했다.

독일 VG WORTRightDirect, 그리고 미국 CCC (Copyright Clearance Center)의 비지니스는 약간 다른 형태이기는 하지만 자발적 비배타적 집중 이용허락 (voluntary non-exclusive collective licensing)라고 할 수 있다. , 저작물의 이용을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으로 CCC를 모델로 하여 독일에서 도입한 것이 RightDirent인데, 이는 법적 근거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권리자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어문저작물을 재이용하고자 하는 이용자에게 이용허락을 해주고 그에 따른 이용료를 권리자에게 제공하는 형태이다. 드라마틱한 수익은 아니더라도 출판 저작(인접)권자에게 유의미한 수입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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