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회 ALAI Korea 월례연구회 (2024년 3월 27일)
[주제1]프로그램의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공정이용(발제자: 강기봉 서강대학교 대우교수); [주제2] Stable diffusion 생성 이미지의 저작권 침해 사건 중국 법원 판례 분석(Li vs. Liu사건)(발제자: 김인숙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
[제1주제] 프로그램의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공정이용 (발제자: 강기봉 (서강대학교 대우교수))
한국, 유럽연합 및 미국은 저작권법 체계에 컴퓨터프로그램(이하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의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허용하는 규정들을 두었다. 한국 저작권법 제2조 제34호, 제101조의3 제1항 제6호(일시적 복제를 통한 분석), 제101조의4(상호운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복제 또는 변환을 통한 프로그램코드역분석)가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관한 규정인데, 저작권법상의 공정한 이용 규정(제35조의5)도 이것을 허용하는 근거가 될 수 있으므로 미국의 공정이용의 원칙에 관한 판례는 리버스 엔지니어링과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있다.
1992년과 2000년에 미국에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의 확보를 위한 프로그램의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공정이용으로 판단하는 이정표가 된 세 건의 판결이 있었다. 1992년에, Atari사가 10NES 프로그램을 0과 1로 수기 작성한 후에 디스어셈블(disassemble)하여 판독하는 방법으로 NES의 잠금장치를 해제하도록 개발한 Rabbit 프로그램은 10NES와 기능적으로 구분할 수 없는 신호들을 생성하여 NES 시스템에서 Atari사의 게임을 실행하도록 했다. 그리고 Accolade사는 Sega사의 게임 카트리지의 복제물에 포함된 목적코드를 디스어셈블 또는 디컴파일(decompile)하여 변환한 원시코드를 분석하여 Genesis 콘솔에 호환성(compatibility)이 있는 게임을 위한 요건 정보를 담은 개발 매뉴얼을 작성하고, 이에 기초해 이 콘솔에서 실행 가능한 게임을 개발했다. 또한 2000년에, Connectix사는 PlayStation 콘솔 내의 칩에서 Sony BIOS를 추출하여 컴퓨터의 RAM에 복제하고 디버깅(debugging) 프로그램으로 BIOS의 기능을 관찰하는 방법으로 하드웨어 에뮬레이션(emulation)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으며, 디버깅을 위해 반복적으로 Sony BIOS의 개별 부분들을 복제하고 디스어셈블했다. 이때 리버스 엔지니어링은 개발 과정에서 정보 획득을 위한 프로그램의 중간적인 복제에 해당하고 그 과정에서 전체 복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복제는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 기초하여 상호운용성의 확보를 위한 공정한 이용으로 판단되었다.
2021년에 미국 대법원은 Google사와 Oracle사 간의 분쟁(이하 Google 사건)에서 Google사가 모바일 기기를 위한 자체적인 JAVA 환경을 구축하면서 Oracle사가 인수한 SUN사의 37개 JAVA API 패키지들의 선언소스코드(declaring source code)와 구조, 순서 및 조직(structure, sequence, and organization, SSO)를 이용한 것을 공정이용으로 판결하였다. 이 판결은 2014년에 연방항소법원이 이것들을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라고 판결하면서, 배심원의 공정이용 판결에 대해 추가적 소송절차가 필요함을 이유로 연방지방법원으로 환송한 것의 결과다.
이 사건의 대법원은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 규정되어 있는 공정이용의 원칙은 특정한 환경에 대해 사례별로 적용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호환성을 확보하기 위한 복제, 프로그램 내의 비보호 기능적 요소에 대한 접근을 위한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필요한 중간적 복제, 경쟁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예비 단계로서 저작권이 있는 코드의 전체 복제 등에 대해 공정이용으로 판단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이 사건의 대법원은 선언소스코드가 해당 프로그램의 다른 저작권이 있는 부분과 유사하지만 다르고 필연적으로 컴퓨팅 작업을 수행하는 일반 시스템 부분과 묶여 있는데, 이것의 저작물성을 인정하더라도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비해 저작권의 핵심에서 멀다고 보았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용한 저작물의 성격에 대해 공정이용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Google사가 Sun JAVA API를 그대로 복제했지만 그와 관련한 기능을 하는 프로그램의 일부였고, 그 이용이 새로운 제품을 창작하고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의 이용과 유용성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그 이용을 안드로이드와 관련한 작업 및 특정 프로그래밍 수요로 한정했다는 점에서 인터페이스의 재이용으로 프로그램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용의 목적 및 성격에 대해 그 이용이 변형적(transformative)이며 공정이용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Google사가 소프트웨어에서 그대로 복제한 부분은 전체에서 적은 부분이고, 이것이 그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진 개발자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스템에서 Google사가 개발한 다른 코드들과 연결하여 용이하게 개발할 수 있게 하며, Google사가 상이한 목적의 컴퓨팅 환경에서 다른 작업에 관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여, 결과적으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이 Sun JAVA API를 이용하여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보았다. 그래서 대법원은 이용된 부분이 차지하는 양과 중요성에 대해 공정이용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술과 상관없이 Sun사가 모바일폰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웠고, Google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이용하는 장치가 Sun사가 기술을 라이선스한 것과 다른 종류이며, Sun사는 JAVA 프로그래머들의 네트워크를 확대함으로써 JAVA 프로그래밍 언어가 안드로이드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 확대 이용되는 것에서 수익을 예상했고, Sun JAVA API의 학습을 위한 프로그래머들의 투자를 고려한다면 Oracle사의 저작권의 집행을 허용하는 것이 오히려 공중에 악영향을 줄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대법원은 시장에 대한 영향에 관하여 공정이용에 긍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금지의 예외로 규정되려면, 원칙적으로 그 무력화로 영향을 받는 이용이 비침해여야 하므로 그 이용이 저작재산권의 제한 사유나 공정한 이용에 해당해야 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경우는 무력화 과정에서 상당한 경우에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요하므로 기존의 상호운용성 확보의 목적 외에 다른 사유에 의한 리버스 엔지니어링도 공정한 이용 규정에 의해 허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서 몇 건의 하급심 법원에서 직접적으로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다룬 사례가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고, 다만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은 공정이용의 원칙이 이미 제101조의3 각호와 같은 법 제101조의4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에 해당하지 아니한 이상 공정이용의 원칙에 따른 일반론에 따라 역분석을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 사건의 법원이 2012년 3월 15일에 시행된 저작권법상의 공정한 이용 규정에 대해 적절한 이해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며 이러한 해석이 재차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의 Google 사건을 계기로 공정이용의 원칙이 조금 더 유연하게 판단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다른 어문저작물과 달리 프로그램은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표현한다는 점에서 프로그램에 공정이용 규정의 적용 시에 기능적 저작물이라는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개발자는 프로그램의 리버스 엔지니어링 과정에서 전체 복제가 불가피한 상황도 있고 그 결과로 얻은 정보를 이용할 때도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해 비표현 정보를 이용하는 것 외에 불가피하게 기존 프로그램의 코드를 일부 이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공정이용의 원칙은 반독점, 사회적 공익 등과 함께 권리자와 이용자의 적절한 이익 균형을 이루는 데에도 중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공정한 이용 여부는 저작물의 종류, 성격 등에 따라 상이한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사회적 공익이나 권리자와 이용자의 이익의 균형을 고려하면서 프로그램 개발 시에 상호운용성의 확보를 목적으로 한 리버스 엔지니어링 과정에서의 복제나 특정한 사유에 의해 불가피하게 기존 코드의 일부를 그대로 이용한 경우를 포함하여 프로그램에 관하여 다양한 사유의 공정한 이용의 인정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이는 기술적 보호조치 무력화 금지의 예외 규정을 마련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제2주제] Stable Diffusion 생성 이미지의 저작권 침해 사건 중국 법원 판례 분석 (발제자: 김인숙)
최근 중국에서 콘텐츠 제작에 AI가 적극 활용된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들었다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온라인에 배포되고 있는데, 1년 걸릴 작업을 6일 만에 완성했다는 후기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법원은 2023년 11월 27일
Stable Diffusion으로 생성한 이미지의 서명권과 정보네트워크전파권을 침해당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판결을 내렸다.
원고는 2023년 2월 24일 샤오홍슈(小红书)라는 중국 SNS에 자작시를 발표하면서 Stable Diffusion에 프롬프트를 입력하여 생성한 이미지를 함께 게재하였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이미지에서
워터마크를 삭제한 후 ‘바이자하오(百家号)’라는
중국 블로그에 게재하였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중국 저작권법이 원칙적으로
자연인의 창작을 보호하지만 인간이 AI를 활용하여 창작한 경우, 사건별로
독창성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고 하였다.
중국 저작권법 제3조는 문학·예술과 과학 영역에 속하는 독창성을 갖춘 일정한 형식으로 표현된
지적성과를 저작물이라 규정한다고 하면서, 여기서 말하는 ‘독창성’은 작가가 독립적으로 완성한 것으로 작가의 개성적 표현을 드러낸 것을 말하고,
일정한 순서 또는 공식이나 구조에 따라 완성되어 여러 사람이 하더라도 동일한 결과를 얻는 ‘기계적인 지적성과(机械性智力成果, Mechanical intellectual
achievements)’는 ‘독창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사건 이미지는 원고가 직접
필획으로서 구체적인 선을 그리지 않았고, Stable
Diffusion에게 어떻게 구체적인 선을 그리고 채색할지에 대해 100% 완벽한
가이드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 이미지의 선과 색은 기본적으로 Stable Diffusion 모델이 그린 것으로, 기존에 인간이 붓으로 그리거나 그리기 소프트웨어로 그린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원고가 여러 차례 프롬프트 입력과 파라미터 수정으로 사건 이미지를 생성하였는데, 이 과정이 원고의 심미적인 선택과 개성적 판단을 보여준다고 하였다. 원고는
인물 및 표현 방식 등 화면 요소에 대해 프롬프트를 통해 설계하였고, 화면의 배치 구조 등에 대해서는
파라미터를 설정하여 자신의 선택과 배열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고 보았다.
원고는 법정 심문 중에 프롬프트
또는 파라미터를 변경하여 서로 다른 이미지를 생성해 보여줌으로써 동일한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하여 창작하더라도 프롬프트를 입력하거나 새로운 파라미터를
설정하는 사람에 따라 생성되는 결과물에 차이가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위의 검토 결과, 법원은 사건 이미지는 ‘기계적인 지적성과’가 아니라 원고가 독립적으로 완성한 것으로서 원고의 개성적 표현을
드러냈으므로 ‘독창성’ 요건을 만족한다고 판단하였다.
권리귀속 판단에서 법원은 그림
솜씨가 없는 자는 타인에게 그림을 위탁하여 그리는 경우도 있는데, 수탁자는 위탁자의 일정한 요구에 따라
선을 그리고, 색채를 입혀 미술저작물을 완성한다고 하면서, 이때
수탁자가 위탁자의 요구대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이미지를 생성하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보았다. 다만, 수탁자는 자신의 자유 의지가 작동하지만, 인공지능에게는 자유 의지가 없고 법적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점은 오히려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 활동에 있어 누가 창작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창작하는 과정에서 지적인 노력을 수행한 인간이 저작권 보호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인공지능의 이용자인 원고는
관련된 설정과 선택의 반복을 통해 최종적으로 사건 이미지를 생성하였으므로 사건 이미지는 원고의 지적 노력에 따른 생성물로서 원고의 개성적 표현을
드러내므로 원고가 사건 이미지의 창작자로서 저작권을 가진다고 보았다. 다만, 성실 신용 원칙과 공중의 알 권리 보호를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 또는 모델을 이용하였다는 사실을 잘 보이게
표시하여야 하는데, 원고는 사건 이미지에 ‘AI삽화’라고
표시하여 공중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고 하였다.
샤오홍슈 플랫폼에서 사건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으면 플랫폼 명칭과 이용자 번호가 함께 다운로드 되어 워터마크로 표시되는데, 피고의 사건
이미지에는 이러한 워터마크가 없었으며, 피고는 이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여 삭제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보았고, 피고가 허락없이 사건
이미지를 삽화로 하여 인터넷상에 게재함으로써 공중이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사건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하였으므로 원고의 서명권과 정보네트워크전파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 손해배상으로 법정 손해배상액의 최저액인 500위안을
판결하였다.
법원은 판시에서 Stable Diffusion은 그림 솜씨가 없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여러 형태로 구현해 낼 수
있게 하여 이미지 창작의 효율성을 크게 높였는데, 이는 마치 카메라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고도의 회화
기법을 보유한 자들만이 할 수 있었던 작업을 카메라를 이용해 간단하게 할 수 있게 된 것과 유사하다고 하였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이 고도화되어 이용이 갈수록 간단해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이 독창적인
지적 노력에 의한 것이라면 여전히 사진저작물에 해당하여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된다며 기술이 발전하여 창작 도구가 인공지능을 갖게 됨으로써 인간의
노력이 줄더라도, 이것이 저작권 제도를 통한 창작 활성화에는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고 설명하였다.
창작의 장려가 저작권법의 핵심 목적이므로(鼓励创作,被公认为著作权法的核心目的) 보호가 필요하다고도 하였는데,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 보호를 통해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지만, 그에
대한 검토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인공지능 생성물의 권리를 폭넓게 보호하면 오히려 인공지능 생성물의 활용이 제한되어
창작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고,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아주 쉽게 빨리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으므로, 단편적인 지적 능력만으로도 창작을 할 수 있게 되어 오히려 창작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도 있다. 창작의 질이 떨어지면 창작을 장려하고 활성화한다는 저작권법의 목적은 그 자체가 무의미해질 도 있다.
사건번호 (2023)京0491民初11279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