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ALAI Korea 월례연구회(2023년 10월 19일)
[주제1] 극장 공연권 분쟁 일지 및 저작권쟁점(발제자: 황경일, CJ ENM IP법무담당), [주제2]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의 실무상 문제-민법과 저작권법의 관계를 중심으로(발제자: 성원영, 중앙홀딩스 변호사)
[주제1] 극장 공연권 분쟁 일지 및 저작권쟁점(발제자: 황경일, CJ ENM IP법무담당)
[주제2]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의 실무상 문제-민법과 저작권법의 관계를 중심으로(발제자: 성원영, 중앙홀딩스 변호사)
저작재산권 기한부 양도의 실무상 문제
- 민법과 저작권법의 관계를 중심으로
성원영 변호사
우리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 기한부 양도의 유효여부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저작재산권 기한부 양도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으나 기한부 양도의 법적 효과를 이해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다수의 국내 학자들은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의 효과가 완전히 발생하고, 기한이 경과함과 동시에 저작재산권은 자동적으로 다시 원래의 권리자에게 환원된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제정한 표준계약서는 기한부 양도를 긍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는 저작재산권의 양수인이 기한 동안 독점적 이용허락을 받는 것과 동일하지만, 그 기간 중에 제3자의 저작재산권 침해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양도인(원래의 저작재산권자)이 아니라 양수인이 그 제3자에 대하여 직접 저작재산권의 침해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급심 판결 중 기한부 양수도의 효력을 인정한 것으로는 저작재산권 양도라는 명시적 표현이 없음에도 계약해석을 통해 프랑스 영화 ‘400번의 구타’에 대한 저작권을 5년간 양도받았다고 본 사안(서울중앙지방법원 2004. 10. 15. 선고 2003가합58886 판결)과 북한 영화 ‘온달전’에 대한 저작권을 유효기간을 7년으로 하여 양수하였다고 본 사안(서울지방법원 1999. 11. 5 선고 99가합13695 판결 손해배상)이 있다.
한편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저작권 양도 계약’이라는 계약서 제목과 “본 계약의 유효기간은 10년으로 한다. 단, 계약 종료 3개월 이전까지 서면상 해지통보가 없는 경우 3년씩 자동연장되는 것으로 한다.”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를 이용허락계약으로 해석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7. 2. 7. 선고 2005나20837 판결).
콘텐트에 대한 투자자는 콘텐트 유통, 부가판권 판매와 같은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투자자는 실제 창작 과정에 관여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투자결정을 하는 투자심의위원회에서는 IP확보 여부가 중요하게 고려된다. 투자자는 투자비용을 전액 회수(recoup)할 때까지 또는 일정 기간 동안 투자대상 콘텐트에 대한 권리를 ‘담보’ 목적으로 보유하는 것이다. 부차적으로 투자자 자신이 저작재산권자가 됨으로써 해외유통 등 사업의 편의를 도모하는 측면도 있다. 즉 실무상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는 용익(준)물권과 담보(준)물권으로서 기능을 한다.
加戸守行(가토 모리유키)는 기한을 정한 저작재산권의 양도는 그 기간이 경과하면 저작재산권이 원래의 권리자에게 환원된다는 점에서 환매특약부 양도계약의 성질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민법상 환매권(還買權)이란 원소유자가 매도하였거나 수용당한 재물을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형성권이므로 환매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매매계약이 성립하게 된다. 민법 제 591조는 환매의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환매기간은 부동산은 5년, 동산은 3년을 넘지 못한다. 구민법은 부동산에 관하여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하였다(구민법 제50조 제1항). 일본 민법 제580조는 환매의 기간은 10년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부동산, 동산 이외의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때에 있어서 그 환매기간에 관하여는 민법이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환매기간이 법정되어 있지 않다하여 이러한 재산권에 관한 환매가 금지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므로 부동산물권 기타 부동산에 준하여 법률상 다루어지는 재산권은 5년, 기타는 3년 내에 환매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저작재산권은 물권적인 권리이고 저작재산권의 양도 행위 자체만으로 저작재산권의 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추가 이행의 문제를 남기지 아니하기 때문에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은 준물권행위의 성격이 있다. 대부분의 교과서는 저작권을 준물권으로 이해하고, 저작권법은 민법에 대한 특별법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저작권이 물권과 얼마나 유사하고, 어떤 지점에서 특별법 관계에 있는지에 관한 명확한 설명은 부족해 보인다.
물권법정주의(物權法定主義)란 법률에 규정이 있는 물권만이 허용된다고 하는 원칙이다. 법원은 저작권에 대해 (준)물권법정주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서울중앙지법 2020. 12. 3. 선고 2020카합21242 결정 등).
우리 민법상 부동산, 동산 소유권의 기한부 양도는 생각하기 힘들다. 저작권법에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의 직접적인 근거가 없다. 저작권법에 고유한 제한물권은 배타적발행권, 질권 정도이다.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을 환매특약부 양도계약으로 보면, 환매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인 민법 제591조 제1항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어야 한다.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의 양도시에 제한 내지 조건을 가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은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 고만 규정한다. 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저작재산권 ‘일부 양도’에 ‘기한부 양도’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이 민법 제591조 제1항과의 관계에서 우선 적용(특별법 관계)된다고 볼 수 있는지는 명확하지 아니하다.
상당수의 해외 입법례는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의 명시적 근거를 두고 있다. 그리고 외국에서 말하는 저작권 이전은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저작재산권 양도”, 즉 준물권적 이전과는 개념적 차이가 있다.
독일 저작권법은 전부이든 일부이든 준물권적 의미의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 양도를 하는 경우 독일의 학설, 판례는 배타적 이용권(ausschließliches Nutzungsrecht)을 설정한 것으로 해석한다. 프랑스 저작권법은 양도(cession)되는 저작권의 이용범위를 범위, 목적, 기간, 장소에 따라 제한될 것을 조건으로 한다. 스페인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 이용권(Los derechos de explotación)은 증여 이전될 수 있으며, 양도는 명시적으로 제공된 이용 방식 및 결정된 시간 및 영토 범위로 지정된 권리로 제한된다. 스페인 저작권법은 저작권 양도를 “이용권의 이전”으로 표현하고 있다. 노르웨이 저작권법과 덴마크 저작권법에 따른 ‘양도’ 개념 또한 우리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의 준물권적 저작권 양도 개념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 저작권법은 “저작권의 이전(transfer of copyright ownership)이라 함은 그 효력이 시간적으로나 장소적으로 제한되는지 여부를 불문하고(whether or not it is limited in time or place of effect), 저작권 또는 저작권을 구성하는 배타적 권리의 양도, 저당, 배타적 이용허락, 그 밖의 이전, 양여, 또는 담보제공을 의미한다. 다만, 비배타적 이용허락은 포함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민법 제211조는 “소유자는 법률의 범위내에서 그 소유물을 사용, 수익, 처분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한다.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은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저작재산권에 대해서는 소유권이 성립할 수 없는 것이지만, 민법 규정을 유추적용한다면)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이 민법과의 관계에서 특별법에 해당한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이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의 근거라고 하는 것은 민법 제211조를 근거로 부동산, 동산의 기한부 소유권 양도가 유효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즉 저작권법 제45조 제1항의 “일부를 양도할 수 있다”는 표현을 근거로 우리 저작권법이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를 허용하는 직접적인 근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환매기간에 관한 강행규정인 민법 제591조 제1항이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된다고 하면 기존 저작재산권자의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저작재산권이 회복되는 점(환매권은 형성권임)을 설명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3년 또는 5년(저작재산권에 어느 기간을 유추적용할 것인지도 문제다)을 경과한 기간에 대해 환매권 약정이 무효라고 보게 되면, 기한부로 양도받은 준물권자가 어느 시점부터는 채권적 이용허락을 받은 자가 되어 심각한 법적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콘텐트 시장에서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수도를 하는 거래당사자들의 진정한 의사는 미국법상 ‘exclusive license’와 같은 효과를 의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저작권법상으로는 배타적발행권이나 출판권과 같이 저작권법에서 명문의 규정으로 배타적 권리임을 인정하고 있는 경우가 아닌 이상, 영미법에서와 같은 일반적인 배타적 이용허락은 인정되지 않는다.
배타적 이용허락을 인정하지 아니하는 우리 저작권법 제도 하에서는 독점적 이용허락으로 해석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계약상 “양도”라는 문언의 표시와 거래당사자의 진정한 의사에 반하는 결론이다.
기한부 저작재산권 양도는 “양도”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상술한 ‘만화 그리스·로마 신화 사건’에서와 같이 이용허락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프랑스, 미국 등 입법례를 참고하여 저작권법 개정 시 ‘기간을 정하여 양도할 수 있다’는 표현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